집안 공기에 발암물질 등 심각하다는데… 하루에 3번 30분씩, 환기만 잘해도 실내공기 오염 뚝↓
입력 2012-02-21 18:29
창문을 활짝 열자! 아직 바람이 차가운데 무슨 소리냐고? 지금 우리 집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놀랄만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주택을 대상으로 발암물질인 라돈 무료 검사를 벌일 만큼 일반인들이 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라돈은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공단과 국가라돈정보센터는 이달 말까지 지하 또는 반지하, 단독주택 및 연립·다세대 주택의 1층을 대상으로 검사 신청을 받은 뒤 300가구를 선정해 ‘라돈 무료 측정 서비스 및 컨설팅’을 해줄 계획이다(032-590-4733).
라돈은 냄새도 색도 없어서 우리 주위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대처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환경공단 환경보건정책팀 김영하 대리는 “라돈은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땅에서 유입되는 것이 대부분으로 1층, 1.5층, 지하층 등 지면과 닿은 주택이 위험하지만 환기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 라돈보다는 집안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환경청(EPA)은 최근 실내공기 오염을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환경문제의 하나로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가 280만명에 이르며, 실내오염물질이 실외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1000배쯤 높다고 추정했다.
사람을 비롯해 가구 화장품 옷 등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은 오염물질을 내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장고 음식물쓰레기에선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부유미생물, 난방기구 등 생활용품에선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가구와 단열재 화장품 의류에선 발암성물질인 폼알데하이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 사람들의 활동에선 미세먼지 등이 주로 발생한다<표 참조>. 대부분 발암물질로 알레르기성질환, 호흡기질환, 아토피피부염 등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심인근 연구원은 “생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을 없애기 위해선 적정 실내 온·습도를 유지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선 겨울에는 18∼21도 습도 40%, 봄과 가을에는 19∼23도 습도 50%, 여름에는 19∼23도 습도 60%를 유지해야 한다. 심 연구원은 가정에서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로 숯을 추천했다. 겨울에는 습도를 높여주고, 여름에는 낮춰줘 사계절 모두 유용하고 무해하기 때문.
환기는 특히 겨울철에는 쉽지 않지만 꼭 실천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주택 내 공기질 조사 결과 겨울철에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라돈 농도가 모두 기준치 이상이다. 환기는 오전 오후 저녁 등 하루에 3번 30분씩 해주는 것이 좋다. 단 늦은 저녁이나 새벽시간에는 대기가 침체돼 오염물질이 정체돼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하도록 한다. 환기할 때는 바람 길을 마련해줘야 효과가 있다. 즉 거실 문을 열었을 때 맞은편 방이나 현관문을 열어 맞바람이 통하게 해야 한다는 것.
심 연구원은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기 히터 TV 컴퓨터 프린터 등 다양한 전기 전자제품을 쓸 때는 미세먼지와 다양한 화학오염물질이 나올 염려가 있으므로 꼭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방향제를 사용할 때는 특히 충분히 환기를 해줘야 하며, 드라이크리닝 의류는 1시간 정도 환기시킨 뒤 보관하고, 의류를 보관할 때도 나프탈렌을 좀 방지 약으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심 연구원의 도움말로 주거공간별 실내 공기질 관리요령을 알아본다.
◇주방=조리할 때는 레인지 후드를 키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레인지 후드는 주기적으로 필터를 분리해 세척하고, 필터 먼지와 기름때를 제거한 뒤 충분히 건조시켜 사용한다. 요리할 때 떨어진 음식조각과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바로 치우고, 사용하고 남은 재료나 개봉된 음식은 용기에 밀봉해 보관한다.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변질된 음식이 냉장고에 있으면 치우고, 정수기를 쓸 경우 물받이의 물이 고여 있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세척한다.
◇침실=침구류는 주기적으로 털어 먼지를 없앤다. 사람의 각질을 먹고 사는 집먼지 진드기는 침구류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집먼지 진드기가 의심된다면 침구류를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침대 매트리스도 주기적으로 뒤집어 먼지를 털어낸다.
◇거실=소파 카펫 등은 진공청소기로 틈새까지 주기적으로 청소한다.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배설물은 바로 치운다. 화분이 있으면 물받이에 물이 고여 있지 않게 주의한다. 전기스토브나 가스스토브를 사용할 때는 특히 창문을 수시로 열어 환기시킨다.
◇욕실=샤워한 뒤에는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으므로 샤워할 때는 배기 팬을 작동시키고, 샤워 후에는 욕실 문을 열어 습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바닥 타일이나 세면대에 생긴 곰팡이는 전용제거제 등으로 없앤 뒤 완전히 말린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