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회 특권 요구, 뻔뻔하다
입력 2012-02-21 18:17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지내면 자동 가입되는 단체가 대한민국 헌정회다. 현직 의원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여야가 한통속이 돼 65세부터 평생 매달 120만원가량을 헌정회원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2010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배경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혈세로 ‘전직의원 종신연금’을 만든 셈이다. 헌정회 연금 지원을 위해 지난해 투입된 예산은 112억여원이며, 올해엔 125억여원이 편성됐다. 일반인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30년 동안 매월 30만원정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정회원들은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헌정회가 최근 또 다른 특권을 요구해 눈총을 받고 있다. 헌정회원들이 인천국제공항 VIP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항 측에 요청한 것이다. VIP 주차장 이용자는 전·현직 대통령, 전·현직 3부 요인, 정당 대표, 현직 국회의원, 주한 외교사절 등으로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에 명시돼 있다. 헌정회는 주차장 사정을 봐가면서 일부 원로 회원들에 한해 주차장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혜를 받으려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목요상 헌정회장이 ‘인천국제공항 VIP 주차장 사정을 고려해 2시간 이내 범위에서 편의를 봐드리기로 협의가 됐다’는 공문을 ‘일부 원로 회원들’이 아닌 ‘모든 회원들’에게 보낸 것이 한 방증이다. 또 인천공항 측에 따르면 전직 의원들의 VIP 주차장 사용 요청은 공항 개항 때부터 줄곧 있었다고 한다. 헌정회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VIP 주차장 이용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공항 측은 앞으로도 불허하겠다고 밝혔으나 헌정회는 공문에서 ‘협의가 됐다’며 밀어붙이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특권의식은 나라를 좀먹는다. 그래서 특권 없는 사회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헌정회는 자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봉사하는 임시직이지, 물러난 이후까지 특혜 받는 자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