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격화되는 공방전] 민주, 박근혜 약점 집중공격… “정수장학회는 강탈 장물”

입력 2012-02-21 18:58


민주통합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인 정수장학회에 대해 집중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총선이 본격화되면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 분명한 만큼 미리 그의 약점을 부각시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수장학회는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쟁점이 돼 박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임금님’, 박 위원장을 ‘영애’라고 부르는 최필립씨가 이사장인데도 박 위원장은 ‘나와 관련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박 위원장이 진심으로 과거와 단절하겠다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는 사회적 공익재단이며, (2005년) 이사장직을 그만둔 뒤 저와는 관련이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박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공세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라며 “머리만 감추고 ‘나 없다’하는 모양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문 고문은 앞서 정수장학회를 ‘강탈한 장물’이라고 규정한 장본인으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질문이 나온 것도 문 고문의 이 발언에 기인한 것이다.

문 고문이 정수장학회 공격에 발 벗고 나선 데는 자신이 진두지휘하는 부산·울산·경남(PK) 선거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재단이어서 이 지역에서 쟁점이 돼 있는데다 박 위원장을 흠집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지역 총선은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의 맞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 부산 동구청장 선거 때는 문 고문이 적극 지원한 야권단일후보가 초반에 기세를 올렸으나 박 위원장의 두 차례 지원 유세로 바람을 잠재운 적이 있다. 문 고문 입장에서는 박 위원장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경우 ‘낙동강 벨트’ 바람을 확산시키기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PK지역 선거가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박 위원장에 대한 문 고문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박 위원장과 이 대통령이 한 뿌리임을 강조하며 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민은 박 위원장이 쇄신과 개혁을 말하기 전에 이명박 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자로서 진정 어린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며 “민심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이 지난 4년간 부패와 무능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동안 박 위원장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고 몰아붙였다. 박 위원장의 현 정부 선긋기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