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탈북자 북송’ 갈등] 조용한 ‘양자외교’론 효과없어… 국제사회 공론화 ‘정공법’으로
입력 2012-02-21 22:34
정부가 21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기로 한 것은 그간 조용히 진행해온 ‘양자외교’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탈북자 안전과 북·중 특수 관계를 감안해 가급적 조심스럽게 비공개적으로 접근해왔다. 중국도 일부 탈북자의 한국행을 적극 제지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중국은 지나칠 정도로 북한 편향적인 자세로 돌변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탈북자 북송은 중단되지 않았고 우리 영사관으로 도피해온 국군포로의 가족조차 한국행을 허용치 않고 있다. 탈북자 현황도 전혀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이규형 주중대사는 “우리가 탈북자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중국은 절대 확인해 주지 않는다”며 “탈북자 문제의 정확한 실상을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부는 중국의 자세에 변화 조짐이 없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반(反)인권적인 행태를 공개 거론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더구나 북송 가능성이 있는 탈북자들이 현재 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국제협약상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하라고 중국 측에 요구하더라도 반드시 중국이 이를 따라야 하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난민협약상 ‘난민’의 규정은 해당 국가의 국내법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보지 않는 한 협약 준수는 의무화되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탈북자는 불법 월경자”로 공식 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 기본적인 인권도 지키지 않는 점이 부각되면 중국은 도덕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가뜩이나 국내 인권문제로 지탄받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탈북자 북송과 체포과정에서 가혹한 처벌 등이 공개될 경우 ‘인권탄압국 악명’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노리는 효과는 바로 이 점이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 평판을 의식해 탈북자 정책을 일부 수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는 대북관계라는 좁은 이익보다 국제규범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