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 중 일곱이 부채… 삶 고달픈 20대 대졸자

입력 2012-02-21 23:10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의 삶이 고달프다. 대졸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빚을 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는 1300만원을 넘었다. 이들이 결혼해 가장이 돼도 빚의 꼬리표는 떼어내기 어렵다. 희망보다 절망이 많은 20대의 생활형편에 대한 인식은 전 연령 중 가장 부정적이다.

◇빚의 수렁에 빠진 20대=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이달 대학 졸업예정자 77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빚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의 67.7%를 차지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학생들의 1인당 부채 규모는 평균 1308만원이었다.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2010년 같은 조사 때보다 134만원(11.4%)이나 늘었다.

빚을 지게 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교 등록금 때문’이라는 응답이 84.4%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가정생활비’ 명목도 35.7%나 돼 생활에 쪼들려 대출받는 대학생이 상당수임을 보여줬다.

이들이 돈을 빌린 곳은 ‘제1금융권’이라는 응답이 59.0%를 차지했으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과 ‘사금융(대부업체)’에서 빌린 학생들의 비중도 17.2%에 달했다. 향후 빚 상환에 대한 어려움도 예상된다.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무작정 입사 지원한 경험’에 대해 그렇다고 밝힌 학생도 80.9%나 됐다.

20대 빚 부담은 결혼 이후에도 지속된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작업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가구 평균 부채가 2597만원으로 1년 전보다 34.9%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층의 평균 증가율 7.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비중이 20대 가구주는 16.8%로 50대(2.7%)의 6배 이상이다.

20대 부채 증가는 자산 감소와 연결된다. 가구주가 20대인 가구의 금융자산은 평균 3912만원으로 전년도(4213만원)보다 7.7% 감소했다. 전 연령대 중 유일한 감소세다.

◇체감생활지수는 3년 만에 최악=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를 보면 30세 미만 소비자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지난 1월 기준 70을 기록했다. 2009년 1월 6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생활형편 C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현재 생활이 과거보다 나빠졌다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을 웃돌면 그 반대다. 30세 미만 소비자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40∼50세(85)보다 15포인트나 낮았다.

20대의 생활경기에 대한 향후 전망도 우울하다. 30세 미만의 생활형편전망 CSI는 83으로 전체 평균 90을 7포인트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체감 생활형편이 나빠진 것은 청년층 취업기회가 적어 소득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0대 미만의 취업기회전망 CSI는 70으로 전체 평균 83에 크게 미달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