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하나님은 선하시다-⑥ 주희현 목사 이야기(下)
입력 2012-02-21 18:05
지난 주 ‘주희현 목사 이야기’가 나가기 전 주 목사에게 이름을 실명처리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괜찮아요. 약함을 드러냄으로써 불이익을 당해도 어쩔 수 없지요. 그 약한 자리야말로 제가 하나님을 만난 소중한 자리잖아요.”
주 목사는 자신은 ‘회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밑바닥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회복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회복은 다시 그 자리로 가는 것이지요. 회복해도 밑바닥으로 돌아가는 것은 소망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와 같은 경험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창조’가 절실합니다.” ‘회복을 넘어선 창조’. 멋진 말이었다.
그녀에게 삶의 맛과 의미를 지닐 수 있게 해 준 것은 책이었다.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는 구원의 복음과 같았다. 책을 통해 언제나 기다리는 아버지 하나님을 만났다. “얘야, 내가 기다린다고 말해줘라.” 책 속에서 발견한 그 말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속삭인 사랑의 언어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병원에 가서 응급 처치를 받으라는 할머니에게 “내가 살아난다면 우리 희현이가 기뻐할까?”라면서 병원 가기를 거부하셨다고 한다. “만일 제가 아버지에게 ‘희현이가 곁에 있어요. 기다릴게요’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 이후 그녀의 목회 신조는 ‘내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가 되었다.
그녀는 인생에는 반드시 반전의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 반전의 자리는 주님의 빛이 드러나는 곳이다. 요셉과 다니엘, 우리 모두에게는 인생의 어두운 이야기들이 있다. 엘리 위젤은 말했다.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신 이유는 그가 이야기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요셉과 다니엘, 주희현 목사 인생 속 어두운 부분의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빛으로 역사하는 소재가 됐다. 어둠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증거 하는 반전의 소품이 된 것이다.
주 목사에게 내가 만나 인터뷰했던 이민아 목사, 강영우 박사, 이승복 교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그들 모두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며 실패의 자리가 바로 대박의 자리”라며 반전의 진리를 토로했다. 그러자 주 목사가 말했다. “그래요. 반전을 거쳐 정상에 선 사람들이 있지요. 그러나 그 정상에서조차 언제나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고난을 이기고 정상에서 섰지만 다시 찾아 온 고난에 대해서도 믿음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축복입니다. 그러니까 정점을 찍고 내려 올 그 때에 믿음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지요.”
그녀에게 목회는 ‘살리는 살림’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어디서든 살림의 목회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 만난 자리’를 잊지 않으며, “말도 안돼”라고 외치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선하신 하나님 안에서 말 안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을 터이다. 내게 깊은 교훈을 남긴 주 목사는 다시 토론토로 돌아갔다.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