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제레미 린 신드롬
입력 2012-02-21 18:19
‘Lin-Credible’(Incredible+Lin).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제레미 린의 인기를 나타내는 합성어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뉴욕 닉스에서 뛰고 있는 린은 현재까지 10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지만 팀이 8승2패의 성적을 거두는 데 일등공신이어서 ‘Legend In Newyork’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두 음자 ‘LIN’은 그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린 신드롬은 스포츠스타의 성공신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탄탄한 기본기와 발군의 리딩 센스, 정확한 슈팅 등 농구실력이 뛰어나다. 여기에다 NBA역사상 첫 동양인 포인트 가드,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벌, 두 번이나 팀에서 방출 당한 설움, 농구선수로서는 다소 왜소해 보이는 신체조건(191㎝) 등 영웅담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겸손한 태도는 또 어떤가. 린은 18일 첫 패배 후 트위터에 “실수로부터 배우겠다”라는 글을 올려 팬들의 격려를 듬뿍 받았다. 지난 2일에는 백혈병에 걸린 환자가 골수기증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파울 때 욕을 해대는 다른 선수와 달리 선량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슛이 터졌을 때의 적절한 쇼맨십도 팬들을 열광시킨다.
이미 농구광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광팬을 자처하고 있고, 이베이 등에서 팔리는 린의 유니폼 판매순위는 지난해 MVP인 데릭 로즈를 제치고 1위를 달린다. 소속팀 뉴욕 닉스의 모회사인 메디슨스퀘어가든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린 신드롬의 부산물이다.
린 열풍은 대만과 중국에서도 거세다. 그의 조국 대만에서는 골프 여제 청야니의 인기를 방불케 한다. 마잉주 총통은 ‘제2의 린’을 만들기 위한 농구진흥프로젝트를 마련하고 나섰다. 그의 이름 ‘린수하오(林書豪)’를 딴 상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린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는 게 대만 젊은이들의 유행이다. 그의 경기 일정이 포함된 관광패키지는 순식간에 동이 난다. 중국에서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하면서도 그를 귀화시키자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한다.
제레미 린 신드롬은 새로운 영웅에 대한 찬사나 다름없다. 비평가들은 린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인들에게는 ‘한계를 뛰어넘은 롤 모델’로, 미국인들에겐 ‘실패에 좌절 않는 농구선수’로 오래도록 기억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출신 스포츠스타에 열광한 적이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