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덫’… 내집 마련 커녕 투자금 날릴수도

입력 2012-02-20 19:32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조합 집행부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어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0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본동 지역주택조합은 다음 달 26일로 2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일을 맞는다.

이 조합은 2007년 5월 대우건설과 공사도급협약을 맺고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육신공원 맞은편에서 아파트를 지을 3만㎡(9000여평) 가량의 대지를 매입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위치인 데다 주변 교통망도 좋은 편이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2008년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3년이 넘도록 사업승인은커녕 시공사와 정식 도급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어 남은 한 달여 동안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대출 만기연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장에 실패해 시공사가 대신 채무를 인수할 경우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납부한 1인당 2억∼3억원의 투자금을 그대로 날릴 우려가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주 20명 이상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대지를 매입하고 주택 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단순하고 임대주택 건축 의무가 없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관리와 감시에서 벗어난 순수 민영사업이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조합원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본동 주택조합 사업 정상화를 위해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조합은 PF 대출금 2700억원 외에 조합원으로부터 걷은 1400억원(추정) 등 모두 4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했지만 시공사 측 계좌로 들어간 3100억원 외 나머지 1000억여원의 행방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합 체크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한 결과 고급 외제 승용차, 학습지, 아파트 관리비, 여성병원, 모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10억원 가까이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대책위는 조합장 최모씨를 해임하고 새 집행부를 꾸려 최악의 사태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강제 수단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도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개입을 피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가 된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1지역주택조합은 사업에 차질을 빚다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당하고 PF 대출금을 대신 갚은 두산중공업에 사업권을 넘겨줘야 했다.

전북 전주시 등 지방과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파열음을 내는 지역주택조합이 여러 곳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국에서 모두 39개 지역주택조합(총 조합원 6592명)이 설립인가를 받았고, 같은 기간 15개 지역주택조합(총 조합원 3657명)이 사업승인을 받았다.

신종수 기자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