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부러워”… 임금·근무여건·사원 복지 수준 등 떨어져
입력 2012-02-20 19:21
서울의 한 중소 식품업체에 다니는 최모(28)씨는 요즘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 2년 전 처음 이 회사에 취직할 때만 해도 나름 ‘정규직’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 대학 친구들을 만난 게 발단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비록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비정규직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의 월급이 그들보다도 적고 근무여건이나 사원복지 등에 있어서도 그들이 훨씬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씨는 “비정규직이라도 대기업에 가기 위해 다시 취직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20일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2월호’에 실린 ‘사업체 규모로 살펴본 비정규직 근로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비정규직이 중소·영세기업의 정규직보다 임금수준이 높았다. 보고서는 근로자마다 근로시간이 다른 점을 감안해 통계청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토대로 월평균 임금 대신 시간당 임금을 계산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1만7621원으로 100인 이상∼299인 이하 중견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1만5506원보다도 높았다. 사업체 규모별 정규직의 임금은 각각 30인 이상∼99인 이하 1만6560원, 10인 이상∼29인 이하 1만3223원, 5인 이상∼9인 이하 1만575원, 1인 이상∼4인 이하 7877원 등으로 규모가 작을수록 그 격차가 컸다.
퇴직금과 상여금, 시간외수당 등 부가급여(fringe benefit)를 받을 가능성에 있어서도 역시 영세사업체 정규직은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퇴직금의 경우 300인 이상 대기업 비정규직이 받을 가능성은 66.8%였다. 반면 비록 정규직이라도 그 가능성이 1인 이상∼4인 이하 사업체는 37.2%에 불과했고, 5인 이상∼9인 이하 사업체도 64.3%에 그쳤다. 물론 이들 사업체 비정규직의 경우 그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 비정규직의 경우 상여금은 62.4%, 시간외수당은 47.7%, 유급휴가·휴일은 68.1%가 각각 수급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인 이상∼4인 이하 영세사업체의 경우 정규직이라도 수급가능성은 상여금 49.5%, 시간외수당 13.6%, 유급휴가·휴일 27.8% 등에 그쳤다.
보고서는 “영세사업체의 근로자는 정규직이라도 저임금을 받고 있고 상당수가 정규직에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 유급휴가·휴일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