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살’ 가해학생들 실형 선고… “학교폭력에 경종” 징역 최고 3년 6개월

입력 2012-02-20 19:10

지난해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군(14) 사건의 가해학생 2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양지정 판사는 20일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해 10여분 만에 끝났지만 이번 선고는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법원의 ‘본보기’가 됐다.

양 판사는 가해학생 B군(14)에게 징역 장기 3년6개월과 단기 2년6개월을, 또 C군(14)에게 징역 장기 3년과 단기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3일 열린 2차 재판에서 검찰이 B군과 C군에게 각각 징역 장기 4년에 단기 3년, 징역 장기 3년6개월에 단기 3년을 구형했던 데서 감경이 있었다. 두 가해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양 판사의 선고를 들었다.

양 판사는 이번 재판을 학교폭력에 대한 경종(警鐘)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그는 “사안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이들이 만 14세 중학생이었고 인격이 형성돼가는 과정이었던 점, 자신의 행동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성장기적 특성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양 판사는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오랫동안 괴롭힌 점, 피해자 집에 상주하며 괴롭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자로 욕설을 해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괴롭힘을 모의하고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비인간적인 범행을 죄책감 없이 행했다”고 지적했다.

B·C군은 A군을 상습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구속기소돼 지난 1일과 13일 재판을 받았다.

양 판사는 마지막으로 “A군의 수학교재와 옷 등 압수품을 유족에게 인도한다”며 “항소기간은 오늘부터 1주일”이라고 말하고 재판을 마쳤다.

이날 재판정에는 방청객과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방청석 80석은 재판 시작 전부터 가득 찼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국적 이슈였던 만큼 중학생들로 보이는 방청객도 10여명이나 됐다.

가해학생들은 카키색 수의 차림에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차례로 들어왔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해학생들의 가족들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은 A군의 어머니는 “구형보다 낮게 나와 중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군의 변호인은 항소 여부에 대해 “피고인들의 가족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