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친정엄마보다 더 좋아졌다… 세상사는 이야기 ‘고부 살이’
입력 2012-02-20 18:18
세상사는 이야기 ‘고부 살이’(KBS 1TV·21일 밤 11시 40분)
고추 당초보다 더 매운 시집살이를 40, 50년 하다 보니 시어머니가 친정엄마보다 더 가까워진 며느리.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랄 만큼 며느리가 곱게 뵈지 않는 법이라지만 오래 같이 살다 보니 딸보다 며느리가 더 좋아진 시어머니.
전남 영광군 군남면 초두마을에 사는 유복덕(95)씨와 최길례(76)씨, 광주광역시 동림동 작림마을의 이삼순(99)씨와 이광순(80)씨가 바로 그런 경우들이다.
20여 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시어머니 유복덕씨와 함께 세월을 보내는 최길례씨. 어느 자식보다 며느리가 제일 편하고 좋다는 시어머니 때문에 평생 맘 편히 나들이도 못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부터 매 끼 식사까지 시어머니 모시느라 몸은 힘들어도 그런 시어머니가 계셔서 또 의지가 된다는 며느리다. 때가 되면 며느리 곁에서 죽고 싶다는 시어머니와 그를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모시겠다는 며느리. 모녀지간보다 더 진한 고부의 정이 엿보인다.
팔순의 이광순씨는 내년이면 100세가 되는 호랑이 시어머니 이삼순씨를 60여년 모시고 살았다. 소문나게 일을 잘 했던 시어머니 눈에는 늘 부족한 며느리였으니 호랑이처럼 엄했을 터. 며느리는 “호젓하니 누워서 생각하면 호통치고 야단칠 때가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도 때때로 밥상 앞에서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지만 며느리는 그것도 다 건강하신 덕이라 생각하고 웃어넘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