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유인촌 前 문화부 장관

입력 2012-02-20 19:29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임기 3년의 서울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유인촌(61) 전 문화부 장관을 임명했다.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무보수 비상임으로 발전기금 유치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문화부는 유 이사장이 오랜 문화예술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의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부 장관 출신이 산하기관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말들이 많다. 조경희 전 정무2 장관이 초대 이사장,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후원회장을 맡은 적은 있으나 문화부 장관 출신이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예술의전당 운영과 인사 등 전반적인 권한과 책임은 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명예직인 이사장은 일체 간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장실 사장은 2008년 문화부 1차관을 지낸 관계로 당시 장관이었던 유 이사장이 은근히 간섭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 이사장이 장관 시절인 2008년 예술의전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 등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 단체장들을 물러나게 한 전례가 있어 내년에 정권이 바뀔 경우 그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또 2009년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 40여명을 해임한 것과 관련해 야당과 산하단체 일부에서는 유 이사장의 예술의전당 입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 일동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 “유 신임 이사장은 문화예술에 특정이념을 접목시켜 문화예술계 갈등을 조장한 장본인”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의 문화예술정책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비난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유 이사장은 연극배우와 연출가, 탤런트 등으로 활동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지냈고 현 정부에선 문화부 장관,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