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정착시설·이주민센터 방문… ‘달라진’ 재외 공관장회의

입력 2012-02-20 22:10

대한민국을 대표해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를 비롯한 공관장 118명이 ‘때 아닌’ 대민 봉사활동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고위 외교관들의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 연루로 곤욕을 치른 외교통상부가 국민들의 불신을 온몸으로 감당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것이다.

재외 공관장들은 두 팀으로 나눠 60여명이 22일 서울 중계동 독거노인·장애인 가정 거주지에서 연탄배달에 나서고 나머지는 탈북자 정착시설 하나원과 안산시 이주민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2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2012년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최근 불미스런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예년과 달리 의례적인 행사가 대폭 축소되는 대신 실추된 외교부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공관장들은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기업활동 지원 관련 유의사항’이란 주제로 특강하자 귀를 쫑긋 세웠다. 특강이 CNK처럼 엉뚱하게 기업을 지원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뤘기 때문이다.

난상토론에서는 “그동안 기업이 내민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거나 “우리 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지원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장관은 토론 말미에 공관장 임기(3년) 내 1회 감사, 예산집행 불시 점검, 예산 부당 집행 관련자 전원 엄중 처벌 등의 조치를 무기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장들을 상대로 ‘군기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오찬 간담회는 공관장들이 간단한 도시락을 들며 토론하는 ‘브라운백(brown bag)’ 형식으로 진행됐다.

오는 25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회의에서 공관장들은 두 차례 이같이 점심을 해결하고 나머지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함께한다. 예전 같은 호텔식사는 싹 사라졌다.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만찬도 부부동반이 아니라 공관장 단독 참석으로 축소됐다. 대통령 주재 만찬도 생략됐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