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서 키운 ‘인조고기’ 시대… 네덜란드 연구진 10월 햄버거로 출시 예정
입력 2012-02-20 19:01
오는 10월이면 세계 최초로 인조고기로 만들어진 햄버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 연구진은 소의 줄기세포를 이용, 시험관에서 고기를 배양해 현재 길이 3㎝, 폭 1.5㎝, 두께 0.5㎝로 키워냈다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발표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서 키워 수천 겹의 아주 얇은 소 근육세포로 전환시킨 뒤 단백질 등 영양소를 공급해 고기로 키워왔다. 연구진은 10월쯤 인조고기를 잘게 다지고 역시 시험관에서 키운 지방과 섞어 실험적인 요리로 유명한 영국의 헤스턴 블루멘털에게 햄버거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실험에 들어간 연구비는 25만 유로(3억7000여만원)이며 투자가는 ‘평판이 좋은 인물’이라는 것 이외에는 더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포스트 박사는 “이 햄버거를 맛보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를 먹는 인물이 될 것”이라면서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 먹어보면 사람들이 믿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고민은 이 고기의 색깔과 식감을 진짜와 같이 느끼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실험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40년 안에 2배로 늘 것으로 예상되는 육류소비량을 감안할 때 축산업에 따른 토양,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PETA)도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조고기 배양 실험을 지지하고 있다.
인조고기를 대량생산하는 데는 10∼20년이 걸릴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