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농부, 농약 중독 말초동맥질환 발병 위험 높다… 유해 성분 체내에 더 잘 축적

입력 2012-02-20 22:39


비만 농부는 정상체중 농부보다 농약 중독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 의과대학 산업의학교실 민경복(사진) 교수팀은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40세 이상 성인 2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비만자의 경우 유기염소계 농약 노출 시 말초동맥이 막힐 위험이 최고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똑같은 유기염소계 농약이라도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농약 유해 성분이 체내에 더 잘 축적되고, 그만큼 말초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유기염소계 농약은 값싸고 살충효과가 강력해 살충제나 제초제로 주로 사용되며, 국내에서도 한때 널리 사용돼 토양에 상당량의 잔류물질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염소계 농약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물 몸속에도 그대로 축적되는 특성이 있어 선진국에선 1970년대 이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민 교수팀은 조사 대상자들을 비만과 정상 집단으로 나눈 뒤 피피-DDE, 트랜스 노나클로, 옥시클로데인, 다이엘드린, 베타-HCH 등 유기염소계 농약 5종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BMI 25 이상 비만 집단의 경우 혈중 유기염소계 농약 농도가 1단위씩 높아질 때마다 말초동맥질환 발생위험이 1.5∼2.5배 증가했다. BMI 25 미만의 정상 집단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민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 농약오염 식품을 섭취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농약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기염소계 농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는지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민 교수는 현재 체내에 축적된 유기염소계 농약이 간의 해독작용을 방해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거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말초혈관의 내막세포기능을 손상시키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혈관질환 계통의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Atherosclerosi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