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방학자가 1912년 펴낸 ‘한국개관’ 책에서 “독도, 울릉도 부속 섬” 한국영토로 기술

입력 2012-02-20 19:28

“울릉도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작은 섬 리앙쿠르(독도)는 울릉도로부터 남동쪽으로 일본식 30리(약 70해리)의 거리에 위치한다. 리앙쿠르는 울릉도와 오키(隱岐)섬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이다. 독도는 식수와 연료가 충분하지 못하다. 바로 이 때문에 독도는 사람이 살기 어렵다. 심하게 굴곡진 독도의 연안에는 어선들이 선착하기에 편리한 장소들이 많다. 독도 인근에는 해마(海馬)가 많이 살고 있으며,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러시아 동방학자 H.B.뀨네르(1877∼1955)가 1912년에 펴낸 ‘한국개관’에 실린 내용이다. 뀨네르는 이 책에서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독도를 포함시켰으며 독도가 바위가 아니라 섬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국개관’이 러시아에서 발간된 지 10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동북아역사재단은 20일 “뀨네르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한 이후인 1912년 시점에서도 죽도(다케시마)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며 “이것은 1910년 일제의 한국 강점 이후에도 독도가 한반도 고유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관’을 펴낸 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학연구소이다. 이는 ‘한국개관’의 내용이 뀨네르 개인 차원의 주장이 아니라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의 공식 입장임을 방증한다.

뀨네르는 일본의 인문학 박사 다부치 도미히코가 1905년에 발간한 지리책 ‘한국신지리’를 비롯해 ‘한국지리’ ‘한국총람’ 등 일본인이 쓴 지리책을 참고했다. 해제를 쓴 동북아역사재단의 김영수 연구위원은 “뀨네르는 1905년 발간된 ‘한국신지리’를 참고해 독도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면서 일본 지리학자도 1905년 전후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