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차례 외래종 방류에 토종 싹쓸이… 철원 토교저수지 얼음낚시, 붕어는 한 마리도 못 낚아
입력 2012-02-19 22:33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강원도 철원 토교저수지 얼음낚시대회에서 붕어는 단 한 마리도 안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민간인출입통제지역에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토교저수지가 단 한 차례 방류로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의 메카가 돼 버렸음을 시사한다.
19일 서울시 낚시연합회와 낚시꾼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철원시 동송읍 민통선 이북 토교저수지에서 열린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에 1200여명의 낚시꾼이 몰렸으나 조과는 기대 이하였다. 서울시 낚시연합회 관계자는 “배스와 블루길 30여마리를 낚았지만 기대했던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인 서울시 낚시연합회는 대회 시상식에서 1등상인 ‘붕어대상’을 배스 최대어를 잡은 참가자에게 수여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 관계자는 “철새에 방해가 된다고 상류 쪽에는 낚싯대를 못 담그고 전체 면적의 5분의1인 제방권에서만 낚시를 했기 때문에 조과가 저수지 전체 어종 분포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낚시꾼들은 “그 많은 낚시꾼이 4시간 동안 100만평 규모의 저수지에서 붕어나 잉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 낚시꾼은 “토종 어류인 붕어나 잉어가 배스나 블루길에 잡아먹힌 탓에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붕어와 잉어 성체는 외래종의 먹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치어 상태에서는 쉽게 잡아먹힌다. 실제로 철원군과 원주지방환경청이 2006년 이 저수지의 어종을 표본조사한 결과 배스와 블루길의 출현율은 97%였다. 당시 조사에서 붕어나 잉어는 물론 각시붕어, 버들치, 납자루 등 귀한 토종 어류도 거의 출현하지 않았다.
농림식품수산부 산하 내수면연구소는 1980년 식량자원 증식을 위해 배스와 블루길을 들여와 토교저수지를 비롯한 몇 곳에 먼저 퍼뜨렸다. 이후 배스와 블루길은 전국의 저수지에 방류됐다. 배스와 블루길은 토종어류를 마구 잡아먹는 난폭한 외래종으로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이다.
두루미, 고니 등 법정보호종 철새의 보금자리인 토교저수지에서 몇 년 전 50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붕어가 가끔 낚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잔챙이 대신 월척만 서식한다면 그곳의 토종 어류가 멸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암울한 전조이기 때문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