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軍, 장례행렬에 발포… 시위대 수만명 항의시위

입력 2012-02-19 19:27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중산층 밀집지에서 수만 명이 반정부, 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시위에 참여했다. 시리아 서부의 홈스 등 지방이 사실상 내전에 돌입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평온을 유지했던 다마스쿠스 시민들도 정부군의 잔인한 진압과 사태 장기화에 아사드 정권에 대한 염증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군이 무인 정찰기를 시리아에 처음 투입하기 시작해 시리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인근의 중산층 주거지이자 아사드 대통령 등 시리아 지도층 다수가 속한 알라위파 밀집지인 마제흐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수만 명이 운집한 이날 마제흐 구역 시위는 지난해 3월 민주화 봉기 이후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시위는 전날 금요기도회 뒤 모스크 앞에서 보안군의 총에 희생된 3명에 대한 장례행렬에 시리아군이 발포하면서 악화됐다.

시리아 인권단체 관계자는 목격자의 증언을 빌어 “오전 10시30분 소규모로 시작된 시위 행렬에 시간이 갈수록 여성을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운집했다”고 말했다.

우사마라고 이름을 밝힌 22세의 청년은 “아사드 정권은 다마스쿠스 주민들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깨어나기 시작하면 이 정권은 무너져 버릴 것이란 걸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날 다마스쿠스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최소 한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부는 다마스쿠스와 제2의 수도 알레포 등이 평온을 유지해 온 것을 예로 들며 아사드 대통령이 여전히 대다수 시리아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NYT는 이날 시리아의 지도층과 중산층 주거지인 마제흐 구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감시단은 “반정부 시위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이처럼 대규모로 이어진다면 무력 혁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BC 뉴스는 이날 미국의 무인 정찰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시리아 사태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폭력 진압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보수집 차원이지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NBC는 미 관리들이 시리아 내 인도적 차원의 작전 수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해왔지만 군사적 개입 없이는 사실상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