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손발 맞는 미국의 ‘對시진핑 전략’

입력 2012-02-19 19:27

미국 백악관과 행정부, 그리고 의회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을 불러놓고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당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낀다. 마치 정교하게 짜놓은 전략에 따라 누가 의도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누가 어떤 행동을 하면서 중국 정부에, 양국 국민에게, 나아가 전 세계 여론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시 부주석을 한껏 예우했다. 그의 맞상대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그럼에도 지난 14일 바이든 부통령과의 공식 회담 장소로 백악관을 내주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시간을 훨씬 넘게 그에게 면담 시간을 할애했다. 면담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를 강조함으로써 마치 정상회담의 모두발언 같은 절차도 갖췄다. 그를 중국의 책임자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는 것이다. 몇몇 일정은 바이든 부통령이 직접 참석함으로써 격을 높여 주었다. ‘적군’ 수장을 전쟁 사령부(국방부)에 초대해 브리핑을 하는 예의도 갖췄다.

그러나 할 말도 잊지 않았다. 그 역할은 정치권이 했다. 시 부주석이 15일 의회를 찾았을 때 의원들은 중국의 인권문제, 불공정무역 관행, 위안화 저평가 문제 등을 면전에서 비판했다.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공화당) 하원 외교위원장은 시 부주석 초청이 “중국에 대한 위험한 인정행위”이라면서, “책임있는 국가들은 인권에 몽매한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유력한 공화당 대선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통령 취임일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미국은 무역과 지적재산권, 통화정책 분야에서 잘못된 중국 관행에 대해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을 향한 행정부와 정치권의 ‘계산된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미국의 국제외교 전략이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G2의 현실을 인정하지만, 아직은 수준 미달의, 그래서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 정치와 외교는 논할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동반자인 중국과 어깨동무를 하면서도, 적이기도 한 중국에 언제라도 주먹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 미국의 시진핑 대접이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다른 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늘 국가 이익을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