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랑이 100년전까지 전남 끝 진도에도 살았다
입력 2012-02-20 01:16
100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섬 진도에 호랑이가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범보전기금은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던 호랑이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1903년 전남 진도에 와서 호랑이를 사냥한 영국인의 기록 및 사진 자료를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호랑이는 먹이경쟁이 덜 치열한 섬들로 헤엄쳐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이라는 책 중 포드 바클레이가 쓴 ‘만주호랑이’라는 글은 20세기 초 한반도 내 호랑이 분포상황과 수렵실태를 상술하고 있다.
바클레이는 진도에 호랑이 4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후 그중 성숙한 암수 호랑이 1마리씩을 포획했다고 기록했다. 이는 20세기 초까지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서식했고 기후와 여건이 양호한 일부 지역은 서식 밀도가 매우 높아 섬까지 호랑이가 진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범보전기금 측은 “호환을 피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영 목장을 충남 태안, 경남 거제, 전남 진도 등 연해의 반도와 섬으로 옮겼는데 호랑이가 사람이 적고 먹이감이 많은 섬으로 따라 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호랑이는 같은 고양이과인 사자와 달리 수영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클레이의 기록은 과거 한반도 남해안의 여러 섬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다는 문헌 기록 및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진도에는 고군면 회동마을 주민들이 호랑이를 피해 섬 앞바다인 의신면 모도로 도망갔다가 마을에 혼자 남은 뽕할머니의 기도로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의 바다가 갈라지는 바닷길이 생겨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전남 백야도·진도, 평북 신미도 등에서 호환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한국호랑이는 극동러시아에 약 400마리 정도 살고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