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입차 브랜드 본격 조사 왜… ‘오만한 수입차업체’ FTA 발효에도 일부는 값 올려
입력 2012-02-19 21:49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급 수입차 브랜드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간 것은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한 것에 비해 각종 가격 거품 및 유통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 오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음에도 일부 수입차업체는 차량 가격을 되레 올리는 등 배짱 영업을 해왔다. 수입차업체 간 가격 담합이나 각종 비리 등 해묵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유심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봉?” 배짱 가격에 불만 점증=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신규 등록대수가 10만5037대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만대 벽을 돌파했다. 이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는 9441대가 신규 등록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지난해 12월보다는 19.8%나 늘어났다. 지난해 12월보다 25.5%나 줄어든 국산차와 대비된 모습이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은 급증하고 있지만 대소비자 서비스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명품선호현상이 유독 강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한 듯 배짱 영업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한·EU FTA가 발효됐지만 벤츠 수입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의 이유로 일부 모델 판매가격을 평균 0.5% 올렸다. BMW코리아도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형 528i 가격을 기존 모델(6790만 원)보다 약 0.7% 오른 6840만원에 책정했다. 가격을 내린 업체도 있지만 FTA 효과나 환율 하락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비싼 부품값에 따른 각종 피해도 문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외제차 수리비가 국산차량에 비해 5.4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접촉사고만 나도 보험료율이 20∼30% 오른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당시 “수입차 부품값을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판매량 1만대당 소비자 불만이 수입차가 10.8건으로 국산차(5.0건)의 2배 이상 됐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수입차에 대해 점증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담합 여부도 조사…전체 수입차로 확산 가능성=수입차업계에서 가격 담합과 우월적 지위 남용은 가격폭리 못잖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수입차 국내법인들이 딜러사들의 가격할인을 제한해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수입차 부품값 폭리와 관련, “이는 딜러가 직접 부품을 수입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갖고 직영업체에만 주기 때문”이라며 부품유통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번 공정위 조사가 프리미엄급 브랜드 외에 중저가 브랜드까지 전체 수입차로 확산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 경우 수입차 전체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