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희태 의장 방문조사 1시간 질의응답 후 10~20분 휴식… 밤늦게까지 계속
입력 2012-02-19 21:41
15년 만에 또다시 검사와 수사관을 맞은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은 침통했다. 박희태 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 때문인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관 주변은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의장의 운명을 가늠하는 수사결과는 이번 주 중 발표된다.
◇조사 어떻게 진행됐나=박 의장에 대한 조사는 김 전 의장 때와 같이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이상호 공안1부장이 19일 오전 10시 박 의장과 단 둘이서 10분 정도 면담시간을 갖고 조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사건을 담당한 송강 박태호 검사가 투입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접견실에서 두 검사가 박 의장과 마주앉아 질문을 던졌고 박 의장 오른편에는 수사관 2명이, 왼편에는 조상수 변호사가 각각 입회했다. 조 변호사는 대검 공안1과장과 인천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공안검사 출신으로 선거사범 수사경험이 많다. 이상호 공안1부장은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현장을 지휘했다.
조사는 1시간 정도 질의응답을 하고 10~20분 정도 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관계자는 “박 의장이 연세도 있고, 오래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기 때문에 중간에 쉬는 시간을 뒀다”고 말했다.
검찰은 통상 조사를 진행할 때 조사대상자를 ‘진술인’이라고 부르는데 박 의장에게는 현직 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의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박 의장은 주요 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말하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당초 박 의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일몰 전에 조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건 당사자들 간에 엇갈리는 진술이 많아 이를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의장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영상녹화를 실시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도시락을 미리 가지고 들어가 공관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조사에 주력했다.
◇박 의장 사법처리는=박 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그가 돈 봉투 전달을 직접 지시했거나 이를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는지에 달려 있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당시 관행적으로 돈 봉투가 살포된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돈 봉투 전달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는 식으로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의장이 돈 봉투 살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대목에서 박 의장과 김 전 수석간에 엇갈리는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사법 처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출처는 박 의장의 사법처리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 의장이 캠프에 합법적인 자금을 제공했고 그 자금이 돈 봉투 전달에 사용된 정황을 알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사법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