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연륜의 선율’ 전국 투어
입력 2012-02-19 17:45
경쾌한 타건과 섬세한 서정을 겸비한 피아니스트 백혜선(47·사진). 1989년 미국 메릴랜드 윌리엄 카펠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그의 음악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영국 리즈 콩쿠르(1990),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1991),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1994) 등 권위 있는 대회에서 잇달아 입상했으며 1994년에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5년 연주 활동에 몰두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 미국 뉴욕으로 활동 기반을 옮긴 그는 1년에 20∼30회 꼬박꼬박 무대에 오르며 연주했다. 2007년 이후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키보드 인스티튜트&페스티벌(IKIF)에 해마다 초청돼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링컨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무대를 올려 매진을 기록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2005년 시작한 부산국제음악제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방에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조성진 김다솔 등 젊은 연주자를 해외 유명 연주자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도 했다.
그가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 달 21일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 22일 경남 거제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순회한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연주자와 선생, 엄마 그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학생한테 집중하다 보면 기가 빠져서 연주 활동을 못 하겠더라”고 교수직을 그만두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드뷔시의 ‘영상 Ⅱ’, 메시앙의 전주곡 중 ‘비둘기’와 새의 카탈로그 중 ‘꾀꼬리’, 베토벤의 소나타 제31번, 쇼팽의 전주곡 24곡 전곡을 연주한다. “베토벤 소나타 제31번은 연주자의 표현 세계가 자유롭지 않으면 치기 어려운 곡이고, 쇼팽의 전주곡은 한 사람이 24역을 하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야 하는 곡입니다.”
그는 “젊었을 때는 극적이고 대비되는 연주를 펼쳤다면, 지금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그런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리사이틀 주제도 ‘도전과 자유’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고, 오늘과 내일이 같아서도 안 된다”며 “예술가의 도전과 자유를 이번 연주회를 통해 보여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1577-5266).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