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찬규] 탈북자 강제송환은 국제법 유린
입력 2012-02-19 17:49
2월 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 버스터미널에서 탈북자 10명이 버스 탑승 직후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들은 두만강을 넘어 탈북한 뒤 옌지(延吉)를 거쳐 선양에 도착, 중개인의 도움을 얻어 한국행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최근 며칠간 중국에서 집단으로 체포된 탈북자 수는 31명에 이르는데 대부분이 한국에 부모 형제 등 혈육이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중국은 이들을 강제 북송하려 하고 있으며 그것이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에 따른 처사라고 주장한다. 지금 북·중 간에는 1986년 8월 12일 체결된 ‘변경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업무를 위한 상호협력 의정서’라는 게 있다. 이 의정서에 불법 월경자를 체포했을 때 당사국은 ‘응당 범인을 상대방에 인계해 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제15조1) 중국은 이를 근거로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도 가입한 난민협약
현행 북한 형법에 ‘비법 국경출입죄’ 및 ‘조국반역죄’에 관한 규정이 있다. 전자는 ‘비법적으로 국경을 넘나든 자는 2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돼 있고(제233조), 후자는 ‘공민이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 변절하였거나 비밀을 넘겨준 조국반역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 로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제62조).
김정일 사망 후 북한에서는 탈북자에 대해 ‘3대에 걸친 멸문지화’를 입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탈북자를 1986년 의정서를 근거로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려는 중국의 행태를 국제법에 따른 처사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난민을 ‘박해 받을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강제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1951년의 난민협약 및 1967년의 난민의정서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이 두 국제조약에는 1982년 중국도 가입했는데 그 배경이 흥미롭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적화 및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부유층에 속하는 중국계 국민에게 압력을 가하자 이에 견디지 못한 중국계가 중국으로 탈출하고 베트남이 이들의 강제송환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이에 대항하기 위한 법적 방패를 마련하려 생각해 낸 것이 이 두 국제조약 가입이었다.
박해 받을 우려가 있는 지역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1984년 채택된 고문금지 협약에도 도입돼 있으며(제3조), 중국은 이 조약의 당사국이기도 하다. 지금 이 원칙은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으로 돼 있다. 국제법상 강행규범이라 함은 ‘여하한 일탈도 허용되지 않는 규범으로서 뒤에 성립되는 같은 성질의 일반국제법 규범에 의해서만 변경이 가능한 것’을 일컫는다(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53조). 이는 중국이 1986년 의정서를 근거로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할 수도 없고 북한이 강제송환을 요구할 수도 없음을 의미한다.
국제적 지위 걸맞게 행동해야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국내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는 국내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도 당사국인 위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에 명문상의 규정이 있을 뿐 아니라(제27조) 국제관습법 상 확립된 규칙이기도 하다. 탈북자의 강제송환이 인도주의에 위반된다는 것은 췌언(贅言)을 요하지 않는다.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려는 획책은 국제법을 전면적으로 유린하는 행위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G2로서 국제정치를 이끌고 있는 나라이다. 국제관계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나라라면 거기에 상응하는 자존과 자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