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7) 모스, 화가 혹은 발명가
입력 2012-02-19 17:58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와 라파엘, 티티아노, 루벤스 등 쟁쟁한 대가들의 그림이 빽빽이 걸려있는 루브르 전시실. 몇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한 여인은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몇몇은 구경을 하고, 가운데 신사는 그림 그리는 여인에게 무엇인가를 지적하고 있다. 이 신사가 바로 이 그림을 그린 사무엘 모스다. 모스부호의 발명가인 그 모스다.
화가 모스는 “유럽 15세기의 천재작가 반열에 올라 가장 빛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그림을 통해 대중에게 높은 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183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38점을 골라 그린 모스는 과거의 걸작을 통한 미술교육의 중요성, 민주사회에서의 미술관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담고자 했다. 그는 이 그림을 들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처음으로 전기통신에 대한 구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이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환호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림은 외면당했다. 그는 이 그림을 마지막으로 붓을 꺾고, 전보와 모스부호의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미술작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려는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발명가 모스는 “천재의 반열에 오르는 꿈”을 이루었다. 딱딱딱 따악 따악 따악 딱딱딱. SOS다. 후세는 그림이 아니어도 모스부호는 다들 기억하고 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