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등록금 여전히 큰 부담… 청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입력 2012-02-19 18:35


찬바람을 맞으며 은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주부 김경미(50)씨는 대학생 두 딸을 두고 있다. 지난 학기에도 1000만원을 대출 받았는데 새 학기를 앞두고 또다시 은행을 찾아가자니 마음이 착잡하다. 6개월마다 1000만원씩 마련하려면 은행융자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남편 월급은 기본 생활비로 쓰는 것도 빠듯하다. 노후대책이나 저축은 생각해볼 여유도 없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보았지만 월 400만원 내외의 봉급생활자라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딸아이들이라 입대를 위한 휴학도 안 된다. 이번에 융자를 받아 해결하더라도 6개월 뒤엔 또 같은 금액을 준비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잘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등록금 문제가 눈앞에 닥치니 한숨만 나온다.

딸아이들도 등록금 때만 되면 괜히 죄를 지은 것처럼 엄마 아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가계의 수입 지출이 빤한 마당에 아이들이라고 부모의 고민을 모를 리 없다. 방학 동안 알바 현장을 뛰었지만 모은 돈은 등록금에 보탠다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액수다. 딸들은 울화를 참지 못해 마침내 등록금을 내려 달라는 시위대에 동참했다.

“현재 대학생들의 평균 부채가 1353만원입니다. 교과부는 한시적인 국가장학금 지원으로 19%가량 인하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등록금고지서를 보면 8만∼10만원 정도 인하되었을 뿐이에요. 지금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반값 등록금입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인 정용필(25·경희대 국제캠퍼스 기계공학과 4학년)씨는 대학등록금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라며 일정부분 국가에서 등록금을 책임져 줄 것을 요구한다.

1989년 정부의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IMF로 국가경제가 혼란스러웠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1990부터 지금까지 매년 10∼15%씩 등록금이 인상됐다.

대학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그런 대학이 학생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을 요구한다면 학생들은 그 부담에 눌려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은 자구 노력을 통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집회현장에서 눈물 흘리는 일이 더는 없어야겠다.

사진·글=최종학 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