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9주기… 딸 잃은 김충국 목사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입력 2012-02-17 19:41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깊어집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유족인 김충국(52·영천 중문교회·사진) 목사는 대구지하철 참사 9주기 추모식을 하루 앞둔 17일 이같이 밝히며 고통을 호소했다.

33년간 목회를 한 김 목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당시 고명딸(16)을 잃었다. 김 목사가 대구 반야월 지역에서 신서교회를 개척하고 있을 때다. 이 사고는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 안에서 한 정신지체장애인이 휘발유를 바닥에 뿌린 뒤 불을 붙이면서 발생했다. 김 목사의 딸을 비롯해 모두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김 목사는 매일 눈물을 흘린다고 고백했다. 그는 “유족들의 보상 말고는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9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끔찍한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하다”며 “다른 유족들도 모두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유족회 내부의 갈등도 유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조직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의 운영 불투명에 불만을 가진 유족들이 지난해 따로 대책위를 구성했다”며 “올해 안으로 사단법인 ‘2·18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유족회’(가칭)를 구성키로 했고 내가 대표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18일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위원장 윤석기·47)는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성찬·55)는 대구 만경관에서 같은 시간에 따로 추모식을 연다. 김 목사는 “유족들끼리 서로 돕고 위로해야 하는데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