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대지진은 日 현대사 가르는 분기점… 에너지 정책 등 근본적 변화 욕구 높아”
입력 2012-02-17 19:41
“일본 현대사는 3·11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
일본정경사회학회(이의규 회장) 주관으로 1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일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이 같은 주장들이 쏟아졌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후원한 이번 심포지엄은 3·11동일본대지진 1주년을 앞두고 국내 일본연구자를 비롯, 대지진 피해지역인 도호쿠(東北)대학 연구자와 NGO단체가 참가했다.
고선규 선거연수원 교수는 발제에서 “일본사회는 3·11대지진 이후를 단지 복구·부흥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새롭게 재편성돼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렀다”고 짚었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을 비롯해 정당정치 등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청된다”고 분석했다.
김준섭 국방대 교수는 “이번 대지진은 일본 근현대사에서 볼 때 패전으로 시작된 제2사이클의 종점이자, 제3사이클의 시점”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무당파층이 67%에 이르는 등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어 자칫 보수화 경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와무라 가즈노리 도호쿠대학 교수는 대지진 직후 피해지역 센다이(仙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치 내지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불만(응답자 2100명 중 77.3%)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와무라 교수 역시 “국민의 정치이탈은 결과적으로 일본정치의 내향화(內向化), 축소화가 가속될 수 있어 이전과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3·11대지진을 계기로 일본경제는 글로벌 투자입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이 2011년 31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과 관련, 전 교수는 “미성숙한 채권국(재화·서비스 및 소득수지 흑자)에서 성숙한 채권국(무역수지 적자, 소득수지 흑자)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앞으로 투자입국에 대한 이해와 그에 상응하는 준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김숙현 도호쿠대학 교수는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한 만큼 한·일간 쟁점으로 부각돼 있는 독도, 일본군위안부, 역사교과서 문제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한 한·일 글로벌 협력 관계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다 가스히코(多田一彦) 도노마고코로넷 대표는 “재난 중 한국NGO단체와의 협력은 향후 양국 시민단체의 교류강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원은 “대지진과 관련해 한국 국민의 적극적인 일본 지원은 ‘역사·영토문제의 일본’과 ‘이웃나라 일본’을 구별하는 시민의식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일본정경사회학회는 일본정치·경제·사회·역사분야의 연구자들이 학제적 연구를 목적으로 한 학술단체로, 2002년 결성해 현재 7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