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설계 잘못됐다…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부적합
입력 2012-02-17 19:20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가 15만t급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에는 사실상 부적합하게 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모든 공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국무총리실 산하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4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 없이 작성한 기술검증 결과보고서를 17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설계풍속, 횡풍압 면적, 항로 법선, 선박 시뮬레이션 등 4가지 항목을 검토했고 모든 항목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항만설계 최대 풍속이 초속 14m가 적정하나 초속 7.7m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또 크루즈선의 통항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횡풍압(선박이 옆으로 받는 바람의 압력) 면적도 설계보고서에 나와 있는 8584.8㎡가 아니라 15만t급 크루즈선이 실제로 받는 횡풍압 면적인 1만3223.8㎡를 적용해 선박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항로 법선의 경우도 여객선이 항만에 입·출항하기에 적정하지 않다며 설계기준에 맞도록 현재 77도인 교각(交角)을 완화하도록 권고했다. 선박 시뮬레이션 부분에서도 현재의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박의 통항 안정성과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제주해군기지건설사업단 관계자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이 아닌 만큼 현행대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위성곤 행정자치위원장은 “설계상 문제가 많다고 나온 이상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