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경찰관 ‘한국인 납치’ 한인 가이드가 공범… 사전공모 자백

입력 2012-02-17 19:18

한국 관광객들이 필리핀 현지에서 납치됐다가 몸값을 내고 풀려난 사건이 동행한 여행 가이드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 외사계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난 14일 관광을 마치고 귀국을 앞둔 천안시 성환체육회 회원 12명 중 4명이 납치된 사건과 관련해 인질 강도혐의로 한국인 가이드 최모(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필리핀 현지 경찰관과 한국인 현지 브로커 ‘톰’ 등과 이번 납치사건을 사전에 공모했다고 자백했다. 최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40분쯤 필리핀 마닐라 마비니 스트리트에 위치한 환전상에 톰과 함께 방문해 환치기 계좌에 피랍된 4명의 가족들이 입금한 2400만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 돈을 톰과 함께 87만6000페소로 환전하는 역할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광객 12명은 최씨와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지난 11∼14일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 날 최씨의 제안에 쇼핑을 나섰던 4명은 오전 10시쯤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골목에서 총을 든 경찰관 복장의 괴한 5∼7명에 의해 마약 소지 혐의로 억류됐다가 몸값을 지불하고 7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필리핀 경찰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지 경찰관 10명을 납치강도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현지 경찰들이 마약 소지 혐의를 씌우겠다고 피해자들을 협박해 몸값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경찰에서 “친목모임 회원들이 술을 마시면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 골탕 먹이려고 일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결국 몸값까지 받아내는 큰 일로 번졌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의 공범 톰에 대한 인적사항을 확인, 인터폴 등과 함께 국제공조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