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5년간 독립경영 뒤 하나금융과 합친다
입력 2012-02-17 21:53
인수 문제를 두고 1년여간 갈등을 겪어온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17일 새벽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특혜 시비를 우려한 하나금융 측이 대폭 양보한 모양새다. 하지만 중복 점포 통폐합 문제, 양사 간 임금차이, 시민단체의 소송 문제 등은 앞으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유지 등 합의=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유지 등을 골자로 한 쟁점사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전날 오전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후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인위적 인원감축 금지’, ‘외환은행 임원에 외환 출신 절반 이상 유지’ 등에 합의했다. 또 외환은행 임금체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현재 영업점 점포 수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직원의 형사처벌 취하도 받아들여졌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은행-외환은행의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금융산업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합의안에 담긴 정신을 실현하는 쪽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 그동안 밝혔던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원천 무효 주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양측이 극적인 합의에 성공함으로써 이날 오후 예정됐던 외환은행 총파업이라는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이 알려진 2010년 11월부터 약 1년4개월간 인수 반대 투쟁을 벌여왔다.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등 합의문 해석에 논란 여지=이번 합의를 보면 사실상 외환은행 노조 측의 판정승으로 불릴 만하다. 외환은행 행명 영구 유지를 양보한 것을 빼면 그동안 노조가 주장했던 대부분의 요구조건이 관철됐다.
노조원에게 민감한 문제였던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현재의 임금수준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5년간의 독립경영도 당초 3년 정도로 내다봤던 금융권의 예상을 넘는 수준이다. 하나금융으로서도 총선을 앞두고 문제시될 뻔했던 외환은행 인수 논란을 해결하게 되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합의문 해석상의 여지가 없지 않아 갈등이 재발할 우려가 없지는 않다. 은행권이 강제성이 없는 상시 희망퇴직제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이는 점을 고려하면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가 특별한 고용 보장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 김 회장이 “현재 100m 이내 중복 점포가 48개인데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약한 곳은 폐쇄하겠다”고 언급해, 점포 통폐합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줄소송, IT와 신용카드 부문의 중복 해소 문제도 남은 불씨가 될 전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