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MB 인사 또 잡음] “경질에 가까운 상식밖 인사”… 한덕수 주미대사 전격 사퇴 놓고 뒷말 무성

입력 2012-02-17 21:42

한덕수 주미대사의 전격적인 사퇴와 무역협회장 내정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전형적인 좌충우돌 ‘MB식’ 인사”라고 비판했다.

혈맹(血盟) 미국을 상대하는 주미대사는 대한민국 외교의 핵심이다. 그런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 대사가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멀쩡하게 서울에 왔다가 기자간담회(24일) 일정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사표를 던졌는데도 그 이유가 여전히 석연히 않다. 미국에 대해서는 외교적 결례에 가깝다는 논란까지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 대사의 사임 과정은 한 편의 속전속결 드라마 같다. 외교통상부는 16일 오후 한 대사가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현재 후임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무역협회는 17일 그를 새 회장으로 추대했다. 한 대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 과정에 ‘이레귤러’(irregular·비정상적)한 것은 전혀 없다고 강변했지만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는 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단 그의 사임과 후속 자리 결정은 불과 하루 만에 전광석화로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한 대사와 독대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사임 얘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한 대사가 무역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두 사람 간에 교감까지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사공일 현 무역협회장이 최근 연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적임자로 한 대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주미대사를 사전 예고 없이 ‘경질’에 가까운 교체를 단행할 때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 한 대사는 공관장 회의를 위해 지난 11일(현지시간) 귀국 비행기를 탈 때까지 청와대로부터 사퇴와 관련된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갈등설도 여기서 비롯된다. 4·11 총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주미대사를 교체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일각에는 한 대사가 지난해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우리 측이 예상보다 많이 양보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 대사가 지난해 10월 한·미 FTA가 통과될 때까지 수훈을 많이 세웠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크다”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이 독대에서 한·미 FTA에 가장 정통한 한 대사가 차기 무역협회장을 맡아 국내 산업의 수출 증진 등 FTA 효과 극대화에 기여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는 말도 있다.

한편 청와대는 후임 주미대사 인선을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정치권의 대표적 ‘미국통’이자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박진(3선) 의원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수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