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레반과 평화협상중”… 아프간 대통령 “3각 협상 진행중” 밝혀

입력 2012-02-17 18:57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장세력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0년 넘게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 온 미국이 2014년 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고 보안업무를 이양하는 데 따른 치안불안을 염두에 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이뤄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 간 3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평화정착에 확실히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밝힌 3각 협상 방식엔 미국과 탈레반, 아프간과 탈레반,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이 모두 모이는 형태가 다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협상 장소와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미국과 탈레반은 카타르에 레반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와 관타나모에 수용된 수감자 석방논의에 그쳐왔으나 평화협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이다.

특히 탈레반 측은 그간 카르자이 정권이 미국의 꼭두각시로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해왔으나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큰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의 반감을 의식해 아프간을 협상 주체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최대걸림돌을 아프간 반군세력을 지원하는 파키스탄 정부로 보고 있다면서 17일부터 개최되는 아프간-파키스탄-이란 외무장관 회담에서 파키스탄의 협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