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프 獨 대통령 전격 사임… 주총리 시절 특혜 시비로
입력 2012-02-17 21:52
최근 시중금리보다 낮게 거액의 돈을 빌리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불프(52) 독일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이에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로마로 떠나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불프 독일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폭넓은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지난 몇 주간의 상황은 이러한 신뢰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책임을 느낀다”며 사퇴를 발표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그의 사임 발표는 전날 독일 검찰이 대통령 면책권을 박탈해 줄 것을 의회에 요구한 뒤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성명을 통해 불프 대통령이 지인으로부터 부적절하게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그의 대통령 면책특권을 박탈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불프 대통령은 북부 니더작센주 주총리 시절, 대출 특혜 의혹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2008년 사업가인 지인의 아내로부터 시중금리보다 크게 낮은 연리 4%로 50만 유로를 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썼다. 여기에다 불프 대통령은 이를 보도한 일간지 빌트에 전화음성 메일로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불프 대통령은 빌트 편집국장에게 전화음성 메일로 부동산 구입 관련보도를 하면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프 대통령 사임은 그러잖아도 그리스 구제금융 등으로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메르켈 총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불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추천한 데다 그의 사임 시 중도우파 연정은 과반수 의석을 겨우 넘겨 새 대통령을 뽑으려면 야당과 합의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대통령 지명과 관련 “집권 연정과 우선 논의를 하고 초당적인 공동 후보를 지명하는 것을 목표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메르켈 총리 재임 기간에 두 번째로 대통령직에서 중도 낙마한 인물로 기록된다. 그는 지난해 5월 전임자인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관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