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방심?… 美서 “2009년형 TV도 불량” 집단소송 확산 조짐
입력 2012-02-17 21:36
TV 부품 불량 문제로 미국에서 집단 소송을 당한 삼성전자가 2006∼2008년 판매한 TV(본보 2월 17일자 13면 참조)뿐만 아니라 2009년 판매한 TV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집단 소송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품질 제일주의를 지향한다는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 측은 초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사태를 축소하고 덮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에게는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태블릿PC 부문에서는 애플은 물론 아마존한테까지 밀려 3위로 추락하는 등 사면초가에 놓였다.
17일 미국의 IT전문매체인 씨넷(Cnet)과 아마존닷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09년형 55인치 LCD TV(모델명 UN55B8500)에서도 전원 공급 장치인 캐퍼시터(capacitor) 불량으로 TV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미국의 한 소비자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된 TV에만 (캐퍼시터 문제가) 한정되진 않는다. 2009년형 모델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씨넷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3년간 판매한 TV 중 1%가량만 캐퍼시터 불량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후 판매된 TV나 다른 모델들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수많은 소비자 불만들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008년 생산된 모델을 2009년에 구입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지 몰라도 2009년형 모델은 부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2009년형 모델에선 캐퍼시터 불량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6∼2008년 문제가 된 삼성전자 TV를 구입한 미국 소비자들이 750만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2009년 지펠 양문형 냉장고 파열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보고하지 않자 대로하며 대책마련을 지시해 21만대에 달하는 냉장고를 리콜 조치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리콜 사항이 아닌데다 부품이 삼성 제품이 아니라 협력업체 제품이기 때문에 이 회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심리가 조성될 경우 대규모 리콜 사태 등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 탭은 지난해 4분기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에 밀려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추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388만5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4.3%로 2위를 차지했다고 시장조사기관 IHS아이서플라이가 밝혔다. 1543만대로 57% 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에 이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킨들 파이어가 지난해 11월 중순 출시된 점을 감안할 때 태블릿PC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214만대로 8%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반즈앤노블스(점유율 7%)와 아수스(2%)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태블릿PC 전체 판매대수는 2710만여대로 전년에 비해 55%나 증가했다.
이명희 이동훈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