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 사교육비 감소’ 발표 허와 실] 중학 영·수 과목 지출 되레 증가… 서울 사교육비 2.2%↑

입력 2012-02-17 21:45


정부가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 조사결과는 사교육비가 양적으로는 2년째 감소했거나 최소한 동결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었고, 경기둔화 여파도 있다. 감소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중학생과 영어·수학 과목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정부가 장담한 사교육비 1조원 감소 목표는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했다. 총 사교육비 감소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높은 이유다.

◇중학교 사교육비 안 잡혀=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했다. 학원비 등 사교육 관련 물가지수(2010년을 100으로 할 때 2011년 103.9)를 감안한 실질 월평균 사교육비도 초등학교 5.3%, 고교 3.8%가 줄었지만 중학교는 1.2%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7년 조사 이래 처음 줄었지만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5.4% 포인트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면 중학교는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1.7% 포인트 떨어졌고 EBS 교재비가 1.5% 포인트 줄었다. 사교육 수요를 대체할 정책이 아예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방과후학교 참여율도 4.3% 포인트 하락했다.

교과부 발표는 방과후학교 비용, EBS 교재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매년 제기되는 비판이지만 교과부는 사교육 대체정책에 드는 비용을 사교육비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부담과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영어·수학 늘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증가=일반교과 사교육비 총 규모는 16조1935억원, 예체능과목 3조8675억원이었다.

특히 1만∼2만원대인 국어·사회 등과 달리 사교육비가 비싼 영어·수학의 지출이 늘었다. 영어는 월평균 8만1000원으로 1.3%, 수학은 7만원으로 2.9% 늘었다.

초등학교는 국·영·수 모두 줄었지만 중·고교는 국어가 감소하고 영어·수학이 증가했다. 특히 중학교는 영어 4.4%, 수학 7.8% 증가해 고교(영어 4.8%, 수학 1.2%) 증가율을 웃돌았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광역시가 1.8% 감소하고 읍·면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학생이 많고 지출규모가 큰 서울은 사교육비가 2.2% 늘었다. 제주도(6.5%), 경북(1.6%), 광주(1.4%), 충남(0.6%)도 사교육비가 늘어난 지역이다.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은 32만8000원이었다. 이어 경기도(26만9000원), 대구(24만4000원) 순이었다. 서울은 가장 적은 전북(15만5000원)의 2배가 넘었다. 서울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48.7%로 전국 평균 56.6%에 못 미치는 최저 수준이었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과 100만원 미만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격차는 6.47배였다.

◇전망=올해는 장기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과목을 대체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대입 일부 전형에 시범적용된다. 학원들은 이미 관련 강좌를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주5일 수업까지 시행돼 사교육을 유발할 요인이 많다.

교과부는 수학 과목의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 위해 수학공부 지원사이트 ‘EBSm’을 만들고, 영어공부 사이트인 ‘EBSe’를 강화한다. 수학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학교시험 출제 실태를 조사하고, 논술 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놀토’에 학원에 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예술강사와 스포츠강사를 확충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