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 사교육비 감소’ 발표 허와 실] “사교육비가 2년째 줄었다고?” 학부모들 분통
입력 2012-02-17 18:58
사교육비가 2년째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에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학원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가뜩이나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분통까지 터뜨렸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5·여)씨는 “불황으로 가정 경제가 어려워 학부모들은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식비 등 다른 쓰임새에 비해 교육비가 비중이 줄었더라도 여전히 아이들 학원비는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의 학원비로 월평균 200만원을 지출한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모(43·여)씨는 “방과후학교 비용을 제외한 사교육비 감소 발표는 의미가 없다”고 정부발표를 비난했다.
그는 “방과후수업이 과거에는 주로 특기·적성에 관련된 과목이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교과 활동”이라며 “학원으로 나가던 비용이 방과후학교로 지출되기 때문에 줄었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양극화로 인한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감소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감소는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명문대를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해야 하는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1인당 사교육비가 평균 24만원이라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빼면 훌쩍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수강생 수가 다소 줄었지만 체감할 만큼 변화는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성학원 관계자는 “사교육비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획기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학원이나 가정에서 체감하는 현실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특목고 등 고교 입시가 사실상 무력화돼 학원이 전업하거나 없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사교육비가 별로 줄지 않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특목고 입시가 없어도 중학생이 대입을 겨냥해서 영어, 수학 사교육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