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에 망명 불허 경위 밝혀라”… 美 하원 외교위원장, 클린턴에 편지 보내 모든 자료 제출 요구

입력 2012-02-17 18:57

‘왕리쥔 사건’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국무부가 이 사건에 대해 외교위에 보고하고 일체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어 사이트 둬웨이(多維)가 17일 보도했다.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은 지난 10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이 요구하면서 특히 백악관과 국무부가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지 않은 경위를 밝히라고 추궁했다.

더욱이 왕 부시장이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던 지난 7일 시진핑 부주석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의 신병 처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아 미 의회가 이에 대해 물고 늘어질 경우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국무부로 하여금 이번 주 내로 외교위에 보고하도록 시한을 명시하면서 “17일까지 청두 미국 총영사관, 베이징 미국 대사관, 미 국무부 사이에 오간 모든 전보, 메모, 공식·비공식 이메일, 기타 통신 내역을 외교위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시 부주석이 미 의회를 방문했던 지난 15일에 맞춰 보도자료를 발표, 자신이 국무부에 이러한 요청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중국의 미래 지도자 시진핑 부주석이 지금 미국을 방문 중이다. 나는 중국 고위관리 왕리쥔이 망명을 요청한 것을 미국이 거절했다는 보도를 정말 실망스럽게 접했다. 행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시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나아가 “미국 측은 국가이익과 왕 부시장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라고 물으면서 미국의 재외공관을 찾아오는 망명 신청자들을 처리하는 문서화된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플로리다주 출신 여성의원으로 반(反)중국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왔다.

로스 레티넌 위워장의 이러한 요구는 최근 데이나 로라바커 의원이 미 행정부의 왕리쥔 사건 처리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행정부가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됐다.

워싱턴DC에 서버를 둔 뉴스 웹사이트 ‘미국 자유등대’는 왕 부시장 망명과 관련해 피터 헤이먼드 총영사-게리 로크 주중 대사-국무부 고위 당국자 사이에 긍정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으나 백악관이 시 부주석 방미를 앞두고 미·중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와 황치판(黃奇帆) 충칭 시장이 16일 충칭에서 열린 ‘2012년 전시정법평안회의’에 나란히 불참했다고 홍콩의 중국인권민주주의센터가 전했다. 이 회의는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중요한 회의로 지난해에는 보 서기가 참석해 1시간 동안 연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