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장애인 고모와 단둘이 사는 조영미양] “지원금 아껴 대학등록금 모으고 있어요”

입력 2012-02-17 18:31


“그동안 주변에서 도와준 데 대한 보답에서라도 어른이 되면 남을 도우며 살겠습니다.”

전남 곡성에 살고 있는 소녀가장 조영미(19·가명)양은 지난 16일 벌써부터 당찬 포부를 얘기했다. 올해 고교 3학년이 되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조 양은 올해 졸업했어야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1년을 쉬어야만 했다.

조양에게 시련이 시작된 것은 1999년 힘든 노동일도 마다하지 않던 아버지(당시 33세)가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재혼했고, 연락이 끊긴 상태다.

당시 6세였던 조양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으나 할머니마저 2005년 돌아가셨다. 이후 정신지체장애 2급에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고모(58)와 단 둘이 9.9㎡의 방 1칸과 부엌, 화장실이 전부인 월세 20만원의 다가구주택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보일러 시설이 안돼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생활하다보니 감기를 달고 다닌다.

소년소녀가장과 국민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돼 국가로부터 월 60만∼7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 가운데 월세와 생활비(반찬거리, 휴지, 세제 등) 30만원, 교통비 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양의 대학 등록금 준비를 위해 저축하고 있다. 조양은 지난해 5월부터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휴대전화를 통화 정지시켰다. 휴일에도 친구들과 놀러나가면 돈을 쓸 수밖에 없어 집안일을 한다. 몸이 편찮은 고모와 함께 생활하기 대문에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엔 세탁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강추위 속에서 직접 손빨래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조양은 민간단체인 순천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동부분소 직원들의 관심 속에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고1 때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지역교육청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동부분소는 2009년부터 조양과 같은 소년소녀가장과 가정위탁 아동들을 후원자와 결연시키는 사업을 통해 어려운 환경의 18세 이하 청소년들로 하여금 꿈을 키우도록 북돋워주고 있다. 현재 후원하는 소년소녀가장만 전남 동부권 10개 시·군내 39가구 53명에 달한다. 후원을 받아 지원한 금액은 936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담양의 소년가장 김모(15)군 형제에게 비록 월세집이지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유순재(42·여) 복지사업팀장은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찾아내 밝은 길로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도울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061-753-5143).

곡성=글·사진 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