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행복 바이러스 고물상 부부 나눔의 삶… 스페셜 ‘나는 산다-오복식 고물상’
입력 2012-02-17 18:17
스페셜 ‘나는 산다-오복식 고물상’(SBS·19일 밤 11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신림동 밤골마을. 40여 년 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살기 시작해 마을이 된 곳. 모두 살기 팍팍한데다 이미 철거가 예정돼 있지만 웃음이 넘쳐난다. 다른 곳에선 어깨도 제대로 펴지 못할 폐지 줍는 노인들도 이곳에선 큰소리치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모두 ‘오복식 고물상’의 박기천(69) 오복식(60) 부부 덕분이다.
6남매 중 장남이었던 박씨는 집안이 어려워 부잣집 머슴살이를 10년이나 했다. 오씨는 태어나자마자 입양을 갔다. 그 집도 어려워 쓰레기통을 뒤져 허기를 채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한 지 1년. 힘든 머슴살이를 하던 박씨가 병으로 드러눕자 첫 애를 임신한 오씨가 똥지게를 져 생계를 이어갔다.
그토록 힘들게 살아온 박씨 부부는 형편이 나아진 요즘 주위 사람들과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듣게 된 장구소리에 이끌려 국악을 배운 오씨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무료 공연을 하고, 이웃 주부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국악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늘 음식을 장만한다. 밥때가 되면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잇기 때문. 집으로 못 오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음식을 싸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이웃과 소통이 점차 사라지는 요즘, 이웃과 가족같이 살아가는 이 부부에게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