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아버지 마음

입력 2012-02-17 17:55

‘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 일부다.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토록 절절하게 표현된 시도 없을 듯하다. 절로 콧등이 찡해온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종족 보존과 자신의 유전자 보호를 위한 본능의 발현이겠지만 자식 사랑에 계산이나 조건은 없다. 물론 문화적 관습 등이 자식 사랑을 뛰어넘는 경우는 간혹 있다.

어린 아들이 배신행위를 했다고 해서 직접 처형한 코르시카의 비정한 사냥꾼 아버지 ‘마테오 팔코네’. 비록 그는 메리메의 동명 단편소설 주인공이지만 현실에서도 일부 문화권에서는 가문과 공동체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존재한다. 비뚤어진 도덕률이 본능을 이긴 경우.

그러나 그보다는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 얘기가 훨씬 많다. 오히려 과도한 자식 사랑이 때로 아버지를 반이성적, 비도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연전 한 재벌 총수는 자식이 술집에서 맞고 들어온데 격분해 경호원들을 이끌고 가 보복 폭행에 나선 일도 있었다.

이런 자식 사랑에 관한 한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도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빈 라덴의 처남을 인용해 빈 라덴이 평소 자식과 손자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나 그동안 해왔던 일은 하지 말라”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 대학에 진학해 평화롭게 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테러활동을 ‘성전(聖戰·지하드)’이라고 주장하면서 철석같은 종교적 믿음을 과시하던 그가 자식들에게는 테러활동을 엄금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만악의 근본’으로 지목했던 서방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라고 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자식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보면 빈 라덴의 테러 행각은 무의미한 것이었고, 명분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반미를 외치면서 자식은 미국 유학 보내는 ‘강남 좌파’나 빈 라덴이나….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