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이 바뀌어야 사교육비 줄일 수 있다

입력 2012-02-17 17:59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 규모가 2년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사교육비는 20조1266억원으로 2010년 20조8718억원보다 7452억원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초·중·고교생이 24만9000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총액 감소는 학생 감소 효과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 24만원으로 2010년과 거의 같다. 그러나 중학생 사교육비는 오히려 25만5000원에서 26만2000원으로 2.7% 늘어났고, 타 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서울의 경우 2.2% 늘어난 32만8000원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강도 높게 전개해왔다. 그럼에도 성과가 미미한 것은 사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된 교육형태로 자리 잡았고, 평가 제도도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가정 경제적으로나 바른 목표다. 때문에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간 내 정책 목표 수치에 맞추려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몇 가지 정책 방안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먼저 영어 수학을 문제풀이식 학습이 아니라 재미있는 교육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평가제도도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영어 수학 시험은 함정식 문제풀이 위주로 돼 있어 학교 수업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도 영어 수학 과목의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다. 대입 전형도 여기에 맞게 함께 전환해야 한다.

대학들이 전형요소에서 봉사 체육 동아리활동 등 비교과영역의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 교과영역의 성적 우수자를 가려 뽑는데 치중하면 중·고교의 학교 수업이 변화할 수 없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을 등한히 할 수 없다. 그래야 방과후 학교도 살아날 수 있다. EBS 강의도 문제풀이가 아니라 흥미를 높이고 원리를 이해하게 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