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미대사를 이런 식으로 바꿔도 되나

입력 2012-02-17 17:55

무역협회가 어제 한덕수 주미대사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한 대사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고 부랴부랴 미국으로 출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다. 무협은 “한 대사가 한국 경제 성장 동력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외적으로 확대하고, 대내적으로 지속 추진해 나가는데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한 대사가 국제통상 전문가이고, 무협회장이 FTA에 대한 긍정적 여론 조성을 위해 애써야 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런대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주미대사 교체 이유가 불분명하다. 한 대사는 “(주미대사를) 충분히 오래 했잖아요”라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 대사와 독대하면서 무협회장 자리를 놓고 교감이 있었다”고 했다. 한 대사와 청와대 모두 배경을 자세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관장 가운데 가장 책임이 막중한 주미대사를 이렇게 어물쩍 바꿔도 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의혹은 지속되고 있다. 무협회장을 하려고 주미대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한 대사가 자의로 사표를 제출했을 가능성은 적고,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사퇴를 요구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느닷없는 대사 교체는 외교적으로도 결례다. 청와대는 다음주 후임 주미대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 12월 대선을 통해 새 정권이 들어서면 주미대사는 바뀐다고 봐야 한다. 현 정부가 외교적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1년짜리 주미대사’를 내보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현 정부 지지도가 추락한 데에는 이 대통령의 인사(人事) 스타일도 작용했다.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이나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중용한 것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이번에 주미대사 인사하는 것을 보니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