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에서 멜 깁슨은 헤어드라이어를 욕조에 빠트리는 바람에 감전된다. 마초 광고기획자였던 멜 깁슨은 이 사건 이후 여성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돼 여성을 이해하게 되며, 헬렌 헌트와 진실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멜 깁슨에게 헤어드라이어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지만 미국 연방정부에는 테러용품에 필적하는 위험물로 인식된다. 9·11사건 뒤 신설돼 테러 방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안보부 산하기구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최근 마이애미항을 통해 수입되던 불량 드라이어 3614점을 압수했다.
CBP는 앞서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선적된 헤어드라이어 9768점을 압수했다. 두 차례 수거된 헤어드라이어는 소매가로 250만6517달러(28억38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쇼크 방지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헤어드라이어는 물과 접촉할 경우 감전사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BP의 ‘수입안전 표적화 및 분석센터(CTAC)’는 미 전역을 대상으로 불량 헤어드라이어 압수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마이애미 작전도 이런 표적수사의 일부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헤어드라이어도 테러무기?… 美 국토부, 두차례 걸쳐 국경서 1만3000점 압수
입력 2012-02-1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