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효행대상 최순덕씨, 치매 시어머니 30년간 수발들고 간암 남편·장애 아들 돌보며 봉사 앞장
입력 2012-02-16 20:57
강원도 철원군 산자락 아래에서 작은 곤드레밥 식당 ‘바우네집’을 운영하는 최순덕(50)씨는 주변사람들에게 ‘천사’로 불린다.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30년 동안 모시면서 지적장애 1급인 아들과 간암 치료 중인 남편까지, 세상을 원망할 만한데도 투정이나 싫은 내색은 한번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넉넉한 미소로 ‘바우네집’을 찾는 이들을 맞는다.
최근 4∼5년 전부터는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더 심해져 온 가족이 매달려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아이처럼 행동하는 시어머니는 기저귀를 벗어버려 옷을 버리기 일쑤고 음식도 옆에 붙어서 떠먹여줘야 한다. 최씨의 남편 한경희씨는 이런 어머니가 힘들어 몇 번이나 요양원에 맡기자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최씨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한다”, “자식이니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며 번번이 남편을 말렸다.
치매 증세를 보이기 전 최씨에게 살가운 시어머니도 아니었다. 나이 마흔에 청상과부가 된 시어머니는 조그만 일 하나에도 트집을 잡으며 야단을 쳤고, 결혼 10년이 되도록 남편의 월급을 직접 관리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부 간의 갈등은 없었단다.
2003년 7월에는 경찰이었던 남편마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11번이나 수술을 해야 했다. 죽음을 각오하며 영정사진까지 찍었지만 최씨는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최씨는 식당 일을 돕고 있는 25살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안면 기형증세를 유발하는 크루존 병으로 코와 숨골, 항문까지 막힌 상태로 태어난 아들은 30여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만 8년 동안 누워서 잠을 자지 못했단다. 코가 막혀 입으로만 숨쉬는 아들이 숨 막힐까 걱정돼 아이를 안고 자야 했기 때문. 아들이 종종 숨을 멈춰 한밤중에 응급실로 달려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아들의 가혹한 운명이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적이 없다.
그는 1998년 남편 근무지인 강원도 정선에서 우유배달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남편이 처음 시작한 색소폰을 아들과 함께 배워서 온 가족이 근처 요양원이나 양로원 등을 돌며 매달 음악공연 봉사도 하고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최씨는 16일 서울 중구 삼성생명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제36회 삼성효행상 시상식에서 효행대상을 받았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