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고소고발 난무 ‘혼돈의 교실’… 학부모는 담임교사 3번째 고소

입력 2012-02-16 22:04

신학기를 앞두고 곳곳에서 학교폭력에 연루된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학생 사이의 폭력이 특정 학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데다 이의 근절을 위해 경찰력이 대대적으로 투입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같은 반 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가정법원에 송치된 A군(13)의 아버지가 최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공갈협박 등 혐의로 피해학생인 B군의 아버지를 고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의 아버지는 “B군 아버지가 집으로 아들을 불러 자술서를 쓰도록 강요하면서 발로 차고 수차례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B군 아버지는 지난해 말 이 학교 교장 등 4명이 직무를 유기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경찰은 A군 아버지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키로 했다.

피해학생 부모가 담당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고교 3학년 C군의 부모가 담임교사 등 2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C군 부모는 고소장에서 “아들이 지난해 폭행을 당해 장파열로 7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졌는데 가해학생들은 적절한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진정 및 고소는 벌써 3번째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학교폭력과의 전쟁까지 선포되면서 학내 문제를 경찰 등 사법기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교육적으로 풀어가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교사들은 구속되거나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학생과 담임교사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면서 언제,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에 연루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경찰청 등을 방문하며 교사가 연루된 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 근처에서 경찰관을 보면 우리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며 “봄방학이 끝나면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영향으로 학생지도가 더 어려워질 텐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울산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시민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정도가 심하다”며 “심각한 학교폭력에 대해 경찰이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청은 학교폭력을 조사할 때 교권을 침해하거나 연루된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주의 방침을 내렸다. 경찰은 학교에서 일진회 명단을 파악할 때도 학교 측과 충분히 상의하기로 했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