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군사위 주석’ 연임 노린다

입력 2012-02-16 21:56

“비단 파도의 정령(政令·정책강령)이 큰 강을 건너네(錦濤政令過大江).”

2006년 ‘천량위 사건’(부패를 이유로 상하이 당서기였던 천량위를 실각시킨 사건) 당시 후진타오가 장쩌민의 상하이방을 제압한 용기를 칭송하면서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시구 중 일부다. ‘비단 파도’는 후진타오를, ‘큰 강’은 장쩌민을 가리킨다.

중국 정치권에서 최근 ‘풍파’가 이는 것은 18차 당 대회(18大)가 올 가을로 바짝 다가온 데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까지 정치의 계절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권력 구도의 일대 변화를 앞두고 각 계파 간 물밑 행보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일반적으로는 누가 정치국 위원(상무위원 포함 25명)이 되느냐, 정치국 상무위원회(9명)에는 누가 들어가느냐를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그러나 핵심 이슈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을 연임할 것인가’라고 16일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스바다(18大)를 앞두고 최근 벌어지는 암투는 후진타오가 군사위 주석직을 계속 유지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이 시진핑 부주석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겨주지 않기 위해 퇀파이(공청단계열)의 직계 인사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퇀파이를 한 명이라도 더 정치국 상무위원에 넣어야 세력을 키울 수 있다. ‘큰 강’을 건넜던 ‘비단 파도’가 시진핑마저 파도에 휩쓸리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위기에 처하면서 왕양 광둥성 서기(퇀파이)가 뜨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

시진핑은 올 가을 스바다에서 당 중앙위 총서기직에 오르기로 돼 있다. 국가주석직은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승계하게 된다. 그러나 군사위 주석직은 당연히 넘겨받는 것이 아니다.

후 주석도 장쩌민 전 주석으로부터 군사위 주석을 넘겨받는 데 애를 먹었다. 그는 2002년 총서기, 2003년 국가주석직에 각각 올랐지만 군사위 주석직은 2004년에야 차지했다. 그 뒤에도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의 영향력 때문에 ‘반쪽 권력’밖에 누리지 못하다가 2006년 천량위 사건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권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이 군사위 주석직이 시진핑에게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후 주석이 차기 총리가 유력한 리커창 부총리 또는 당 중앙조직부장 리위안차오(李源潮)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