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들 빈털터리?… 대주주 횡령 등으로 자산 날려

입력 2012-02-16 18:59


부실 저축은행들의 자산이 대주주 횡령 등으로 인해 빈털터리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업계 1위를 자랑했던 부산저축은행의 자산은 영업정지 1년 만에 3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16일 금융감독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보유 중이라고 발표한 총 자산 3조7400억원 가운데 현재 남은 자산은 약 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채권 회수에 필요한 법인세 등 회수 비용과 직원 급여 등을 빼면 부산저축은행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수준이라고 금융당국은 전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자산 3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은 대출자산 대부분이 부실했거나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수많은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해 자금을 숨겨두거나 대주주가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회수 불가능한 자산규모를 1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영업정지 1년 새 대주주 횡령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그 규모가 3조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현재 부산저축은행의 파산재단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채권은 47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 부산저축은행과 더불어 ‘1차 영업정지’ 대상에 올랐던 다른 저축은행들도 사정은 별 차이가 없다.

1조200억원이라던 보해저축은행의 자산은 현재 1200억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됐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도 당시에는 자산이 3조1800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재는 83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제2의 부산저축은행’ 사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현재 추가 부실여부를 조사 중인 4개 저축은행 중 한 대형 저축은행은 자본잠식 규모가 지난해 680억원에서 1720억원으로 3배가량 커졌다.

일반 저축은행들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4일 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한 20개 저축은행 가운데 9개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저축은행 중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감독당국이 정한 하한선인 5%를 간신히 넘겨 위태로운 곳도 있다. 이들 은행은 경영악화의 원인이 됐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다 저신용자에 대한 가계대출을 늘린 경우도 많아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9개 저축은행은 계열사와 자산 매각이 순탄하지 못하거나 대규모 증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자칫 추가 영업정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