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 잣대로 신용평가해보니… 공기업 26곳 중 11개 ‘투기 등급’
입력 2012-02-17 08:51
공기업의 체력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기업 신용평가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우량 공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공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현재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공기업 26곳을 대상으로 일반기업 신용평가 방법을 적용한 결과 투자가 적절치 않은 투기 등급인 ‘BB’ 등급 이하 공기업이 11곳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분석결과 ‘A’ 등급이 4곳, ‘BBB’ 등급 11곳, ‘BB’ 등급 4곳, ‘B’ 등급은 7곳이었다.
현대증권이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공기업은 ‘BB’ 등급의 경우 한국가스공사, 경상남도개발공사, 광주광역시도시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이며 대한석탄공사, 강원도개발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 대구도시공사, 부산교통공사, 전남개발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최하인 ‘B’ 등급 판정을 받았다.
현대증권 방종욱 연구원은 “공기업의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공익성이 중시되면서 신용평가 시 재무적 특성이 주요 요인이 아니었다”며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순수하게 재무지표만 가지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동양증권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분석중인 21개 공기업 가운데 2010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50%가 넘는 공기업은 모두 11곳이다. 이 중 부채가 500%가 넘는 등 부실정도가 심각한 공기업도 4곳이나 됐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부채비율이 무려 6만8478.3%로 가장 높았고, 한국장학재단(1909.1%), 중소기업진흥공단(1048.9%) 등이 1000%를 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비율도 559.3%나 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정부나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만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공기업은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재원 조달을 위한 공사채 발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공사채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마련이다.
방종욱 연구원은 “특히 재무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 공기업들은 재무건전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스프레드(금리 차이) 확대 압력이 커지면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