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놓고 밥그릇 싸움만 하는 여야

입력 2012-02-16 19:12

선거구획정을 놓고 여야 간에 벌이는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정치 일정은 안중에도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오직 정치적 텃밭에서의 지역구 늘리기에만 눈이 멀어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일 선거구획정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뒤 16일을 2차 디데이(D-day)로 잡고 협상을 벌였으나 영호남에서 몇 석을 줄이느냐를 놓고 소모적인 정쟁만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도 무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영남 2석과 호남지역 1석 등 3석을 줄이고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 세종시 등 3석을 늘리는 안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새누리당이 제시한 영호남 지역에서 각각 2석씩 감축하고 강원 원주, 경기 파주, 세종시 등 3석을 신설하자는 안을 거부한 것이다. 대신에 전체 선거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경남 남해·하동을 인근 경남 사천과 합치고, 경북 영천과 상주를 한 선거구로 하고 전남 담양·곡성·구례를 인근 지역구와 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영호남 동수로 지역구를 삭감하자는 새누리당 안에 대해 “애들 떡 나눠주듯 하는 놀부 심보”라며 “그렇다면 예산도 영호남 반반씩, 국회의원도 영호남 반반씩, 장관도 영호남 반반씩 할 것이냐”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민주당 노영민 수석부대표도 고위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을 2개 줄이면 호남도 2개 줄이라는 것인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며 “영호남을 같이 줄여 나가는 것을 몇 번만 더 하면 호남은 다 없어지고 영남만 살아남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현재 인구 하한선에 미달되는 경남 남해·하동, 경북 영천, 경북 상주, 경북 영주, 전남 구례·곡성, 광주 동구 등 6곳 중 4곳이 영남이고 2곳이 호남인데 영호남을 동수로 줄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윤리와 도덕에 어긋난다”며 “예의와 염치를 차려서 정치판에 나오면 좋겠다”고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국회 정개특위원장인 새누리당 이경재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협상하고 있는 만큼 17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주 안으로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총선 무효 등 중대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서둘러 선거구획정을 결정지어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